재현 재영에 대한 할아버지의 시


[둥지골에서]

바다 건너 두고 온 손주

고사리 손으로

옷자락을 잡는구나

둥지골 할애비집

흰돌이가 꼬리를 흔들 때면

녀석도 뒤에서 뒤꼭지를 잡아

흔든다

문득 돌아보니

녀석은 온데간데

없다



[크리스마스 카드]

태평양 건너에 살고 있는 양재영이 카드를 보내왔다

한글로 사인한 다섯살배기 손녀

양 字의 ㅇ은 ㅏ의 상투끝에 올라앉았고

영 字의 ㅇ은 ㅕ의 위 아래 빈 자리를 채웠다

LOVE는 字가 아니라서 바르게 서 있다

30년 전

가야산자락에서 한 가족이 야영을 했다

드러누은 고목나무 위에

다람쥐가 무릎을 세우고 은방울을 굴리고 있었다

다람쥐는 난생 처음 본 다섯살짜리 아이에게 예술이었다

그림을 그렸는데,

흙바닥에 내팽개쳐진 청개구리

그 해

그 다람쥐가 유치원 답벽에 기어올려졌다

재영의 미술은 할배의 아틀리에 걸거나